직무 소개 : 국립공원 순찰직의 일상과 책임 – 자연을 지키는 조용한 수문장
대한민국 국토의 7% 이상을 차지하는 국립공원.
그 수많은 산과 숲, 계곡과 탐방로를 누군가는 매일같이 돌보고, 쓰레기를 수거하고, 탐방객의 안전을 관리합니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바로 국립공원 순찰직입니다.
순찰직은 단순히 공원 관리자나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고 사람과 자연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현장 전문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국립공원 순찰직의 실제 일과, 현장의 현실, 겪는 고충, 진입 방법, 보람과 커리어 성장까지 자세히 소개합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직업, 그게 바로 순찰직입니다.
국립공원 순찰직은 어떤 일을 하나요?
국립공원 순찰직은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 소속으로 근무하며, 지정된 국립공원 구역을 매일 순찰하고 관리하는 현장직 공무원에 해당합니다.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지정 구역 내 탐방로 및 쉼터 순찰
- 불법 야영·취사 단속 및 계도
- 산불 감시 및 예방 활동
- 탐방객 구조·응급처치 지원
- 쓰레기 수거, 훼손된 시설물 정비
- 야생동물 관찰 및 생태 변화 보고
- 계절별 식생 조사 및 환경 보전 활동
- 국립공원법 관련 계도 및 위법 행위 행정처리
한 마디로, ‘자연을 직접 지키는 일선의 관리자이자 감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보다 ‘산 속’에 더 오래 머무는 직업입니다.
하루 일과 - 매일 걷고, 매일 자연과 눈을 마주친다
국립공원 순찰직의 일과는 매우 규칙적이지만, 날씨나 계절, 탐방객 수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근무지는 설악산, 지리산, 북한산 등 각 국립공원 내 지소(지역사무소)이며, 대부분 2인 1조 또는 팀 단위 순찰을 수행합니다.
오전 08:30~12:00
- 순찰 장비 점검 및 위치 확인 (GPS, 무전기 등)
- 당일 탐방객 예보 및 우려 지역 체크
- 탐방로 순찰 출발 (등산로, 계곡 등)
- 불법 야영, 취사 여부 확인
- 간단한 쓰레기 수거, 시설 점검
오후 13:00~17:30
- 순찰 후 이상 발생 보고 (도로 붕괴, 낙석 등)
- 구조 요청 시 대응 → 산악구조팀 협조
- 포스트 관리(무인 쉼터, 화장실 등) 청결 점검
- 정리 보고 및 일지 작성
- 다음 날 순찰 계획 수립
하루 동안 최소 8~12km 이상 도보 순찰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고, 날씨에 상관없이 근무를 해야 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체력과 현장 대응 능력이 필수입니다.
힘든 점 - 자연보다 사람이 더 어렵다고 느낄 때
첫 번째 고충은 ‘체력 소모’입니다.
여름에는 35도 이상의 무더위, 겨울에는 영하 10도 아래의 혹한 속에서도 순찰을 나가야 합니다.
매일 산길을 걷고, 장비(무전기, 응급키트, 망원경 등)를 들고 다니는 생활이 반복됩니다.
두 번째는 ‘불법 행위 단속’에서 오는 심리적 스트레스입니다.
불법 취사, 야영, 무단 입산자와의 갈등은 순찰직의 일상입니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당신이 뭔데 못하게 해?”라는 말도 종종 듣습니다.
순찰직은 단속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무력을 사용할 수 없고, 정중하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무기가 됩니다.
세 번째는 ‘위험한 현장’입니다.
급작스러운 폭우, 낙석, 야생 동물과의 조우, 조난자 구조 등 예기치 못한 위험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사고가 난 탐방객이 있을 경우, 가장 먼저 출동해야 하는 역할도 순찰직의 몫입니다.
국립공원 순찰직이 되려면? - 지원 조건과 채용 방식
국립공원 순찰직은 국가직 공무원과는 다르게, 국립공원공단에서 자체 채용합니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비정규직에서 전환된 형태)으로 나뉘며, 채용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학력 무관 / 만 18세 이상
- 운전면허(1종 보통) 필수
- 체력검정 기준 충족 필요 (1,20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등)
- 서류 + 필기(국어, 국사, 자연 상식 등) + 면접
- 1년 계약직 후 정규직 전환 평가 실시 (공단 내부 기준)
※ 국립공원 순찰직은 환경직 공무원과는 다르며, 별도의 직제와 복무 규정에 따릅니다.
신입 순찰직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 “자연은 항상 고요하지 않다”는 걸 기억하라.
갑자기 비가 오고, 낙석이 떨어지며, 탐방객이 쓰러질 수도 있다. 상황 대응력이 필요하다. - ‘사람’을 상대하는 직무임을 잊지 말라.
자연 보호도 중요하지만, 그 안을 드나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 설명과 설득, 인내가 기본이다. - 체력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하루 10km 걷는 건 기본, 여름에는 땀이 쏟아지고 겨울엔 손이 얼 정도다. 건강관리는 필수다. - 문제없는 날이 최고의 날이다.
사고, 구조, 민원 없이 하루가 끝나면 그게 가장 잘한 날이다. 보람은 ‘조용함’에서 온다.
보람 - 내 발자국이 남긴 자연의 '무사함'
한 번은 설악산 비탐방 구역에 사람이 몰래 입산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무전기와 GPS만 들고 3시간 넘게 추적 끝에 발견했는데, 고의성이 아닌 길 잃음이었습니다.
등산객은 “죽는 줄 알았어요. 선생님 덕분에 살았어요.”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여기 있는 이유’가 명확해졌습니다.
국립공원 순찰직은 눈에 띄지 않게 자연을 지키고, 사람을 안전하게 이끌며, 그 무엇보다 조용히 제 역할을 해내는 사람입니다.
“문제가 없도록 만드는 사람”이 진짜 전문가라는 걸 매일 실감합니다.
커리어 확장 - 자연 보호에서 환경 정책으로
국립공원 순찰직은 다음과 같은 커리어 확장이 가능합니다:
- 순찰직 → 공원관리직 → 지소장(센터장)
- 국립공원공단 본사 → 자연보전팀, 환경교육팀, 정책기획팀 등 진출
- 환경부,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환경과 파견 가능성
- 관련 분야 대학원 진학 → 생태학, 산림학, 환경행정 분야 연구 가능
순찰직은 단순한 현장직이 아니라, 생태계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책적 판단에 근거가 되는 자료를 생산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육과 경험이 쌓이면 공공기관 내 생태/자연 보호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도록 지키는 사람
국립공원 순찰직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게 만들고, 아무도 모르게 무사하게 하루를 마감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매일 산을 걷고, 순찰을 돌며, 자연을 지켜주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이 당연한 것’이라 착각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이 직업의 무게와 의미를 느끼게 해줬다면,
그 또한 순찰직이 만든 조용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